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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해외로 빠져나간 우리 산업 기술의 피해액이 23조 2,7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삼성전자가 1조 6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반도체 기술이 줄줄 새는 동안, 그 기술을 받아간 중국 기업 CXMT는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3%에서 8%로 끌어올렸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단순한 기업 손실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CXMT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컸을까
CXMT가 단기간에 D램 기술력을 끌어올린 과정을 보면 솔직히 섣부르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데이터센터용 HBM(High Bandwidth Memory)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CXMT는 범용 D램 공급을 빠르게 늘렸거든요. 여기서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초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게 만든 고부가가치 메모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AI 시대의 핵심 부품이죠.
중국 내수시장과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범용 D램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건 그 속도였습니다. 통상 10나노대 D램 양산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는 수십 년의 연구와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이 배경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내 기업 기술 유출 재판들이죠.
지난 4월 법원은 삼성전자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CXMT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장 김 모 씨에게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 벌금 2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관련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내려졌고요. 18나노 D램 공정이란 회로 선폭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8미터) 수준으로 집적된 고성능 메모리 제조 공정으로,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노하우입니다. 이 기술 하나가 통째로 넘어간 겁니다.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국내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110건이며 이 중 33건이 국가 핵심 기술로 분류됩니다(출처: 한국경제인협회). 집중 표적은 예상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삼성 디스플레이, LG 디스플레이도 같은 시기에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정황이 드러나 압수수색을 받았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노린 중국인이 구속된 것은 2차전지 분야 외국인 구속의 첫 사례였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까지, 대한민국 먹거리 전체가 한꺼번에 표적이 된 형국입니다.
- 2020~2025년 6월 기술 유출 사건 110건, 이 중 국가 핵심 기술 33건
- 전체 피해 규모 23조 2,700억 원 이상
- 전체 사건의 80% 이상이 내부자 소행
- 피해 기업의 85% 이상이 중소기업
- 유출 국가 1위 중국, 이후 베트남·인도네시아·미국 순
처벌은 왜 솜방망이고, 뭘 바꿔야 할까
10명 중 9명이 핵심 기술을 빼돌려도 처벌을 거의 받지 않는다면, 범행을 막을 수 있을까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재판에 넘겨진 155명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9명, 전체의 6%가 채 되지 않습니다.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선고 사건 중 무죄 또는 집행유예 판결이 60%를 넘겼습니다(출처: 법무부).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범죄 가성비가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 또는 65억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란 국가가 지정한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2006년 제정된 법으로, 대상 기술의 연구·개발·보유 기관 전체에 보안 의무를 부과합니다. 법 조항만 보면 강해 보이지만, 실제 법정에선 부정한 목적 입증이 어렵고 이익 미실현, 초범 등 감경 사유가 겹치면서 선고형이 확 낮아집니다.
비교해보면 온도 차이가 확실합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으로 개인에게 최고 징역 15년에 벌금 500만 달러를 부과하고, 피해 규모에 따라 최대 33년 9개월까지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2023년 국가안보법 개정으로 최대 종신형과 상한 없는 벌금이 가능합니다. 대만은 2022년 이후 반도체 기술 유출을 아예 간첩 행위로 규정해 처벌합니다. 이런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실형률 6%는 설명하기가 참 난감한 수치입니다.
수법도 단순한 USB 복사 수준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해 특허권을 확보한 뒤 본국으로 이전하거나, 자문 중계 업체를 내세워 기술료를 받는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여기서 적대적 M&A란 경영진의 동의 없이 지분을 강제 취득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해외 자본이 핵심 기술 보유 중소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만 빼가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불거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FDI 안보 심사(외국인직접투자 국가안보 심사)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FDI 안보 심사란 외국 자본의 투자가 국가 안보나 핵심 기술 유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46개국이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는 지분율 50% 이상인 경우에만 심사가 시작됩니다. 반면 미국·유럽·일본은 훨씬 낮은 기준부터 심사를 적용합니다. 중국 지리 그룹이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인수하면서도 심사를 받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제 경험상 제도 허점은 언제나 가장 민첩한 쪽이 먼저 활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XMT가 우리나라 기술을 훔쳤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법원이 공식적으로 유죄를 선고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2025년 4월 삼성전자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CXMT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임직원들에게 이틀 연속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CXMT가 단기간에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한 배경으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기업 전체의 조직적 지시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점도 현실입니다.
Q. 기술 유출 사건에서 왜 실형이 이렇게 적게 나오나요?
A. 산업기술보호법상 처벌 기준은 꽤 높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부정한 목적' 입증이 어렵고 초범 감경, 이익 미실현 등 다양한 감경 사유가 적용됩니다. 2018~2022년 기소된 155명 중 실형은 9명에 그쳤고, 지난해 1심 판결의 60% 이상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였습니다. 법 조항과 실제 선고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Q. 중소기업도 기술 유출 피해를 당하나요?
A.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합니다. 전체 피해 기업의 85%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보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약한 곳들이 집중 표적이 됩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보안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내부자 한 명이 핵심 기술을 들고 나가도 사전 탐지가 어렵습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소기업 맞춤형 보안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간첩법 개정이 기술 유출 처벌에도 영향을 주나요?
A. 일부 영향은 있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기존 간첩법은 '적국(사실상 북한)'을 위한 행위만 처벌 대상으로 삼아 중국 등 다른 나라로의 기술 유출에는 적용이 어려웠습니다. 개정안은 이 범위를 '외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산업 기밀 유출은 여전히 산업기술보호법만 적용되므로, 근본적인 처벌 강화를 위해서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결론
23조 원은 이미 사라진 숫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걱정되는 건 앞으로의 숫자입니다. 기술 유출 수법은 날로 고도화되는데 처벌 현실은 제자리이고, FDI 안보 심사 기준은 여전히 허술합니다. IP(지식재산권)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IP란 특허·영업비밀·기술 노하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걸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연구는 한국에서, 수익은 해외에서 가져가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재직 중인 기업의 보안 교육을 한 번 더 꼼꼼히 들어두시고, 내부자 제보 채널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국가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먼저 변화가 필요한 곳은 현장입니다.
※ 본 글은 개인의 주식 공부 및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추천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대신TV) 채널참고